1. 들어가며
저는 전공자여서 시험과목 대부분을 전공수업으로 들었기 때문에 약간의 기본 개념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문제를 봤을 때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1분에 한 문제를 풀어야하고, 마킹시간과 어려운 문제까지 감안하면 문제를 보자마자 관련 내용 및 식을 바로 떠올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계산까지 복잡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계산의 정확성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데는 PSAT 공부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료해석 문제를 많이 풀어보며 계산속도와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버릴 문제는 과감히 포기하는 연습을 전공과목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조금이라도 어려운 문제는 건너뛰는 연습을 통해 시간관리를 했습니다.
제가 문제 푸는 순서는 화학개론, 화공열역학, 전달현상을 풀고 마킹을 하고, 마지막으로 반응공학을 풀고 마킹했습니다. 앞에 3과목을 풀면서 모르는 문제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문제는 과감히 넘겼습니다. 3과목 모든 문제를 75분 내로 마킹하고, 나머지 25분은 온전히 반응공학을 풀고 마킹하는 시간으로만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이 저에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고, 22년 시험부터 화공열역학이 아니라 화학개론이 첫 과목으로 나오며 기분 좋게 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뒷 내용은 시간순으로 공부했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수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시간순으로 적어야 제가 공부했던 과정이나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초시, 재시 순으로 글을 작성하고, 각 과목별 구체적인 공부내용을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2. 시기별 공부법
- 초시 (21년도)
초기에는 20년도 화공직 수석 합격자 수기를 참고해 그분의 방법을 최대한 따라하려고 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제 수기나 다른 분들의 합격수기를 여러 번 읽으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수석분이 처음에 5관왕 책으로 시작하셨다고 해서 저도 5관왕 책을 가장 먼저 공부했습니다. 5관왕 책으로 기출된 내용과 기출해설을 볼 수 있어서 처음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만, 최근 기출에 대한 내용이나 해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감안하고 봐야합니다. 제 기억에는 18,19년도까지 해설이 실려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개정 여부는 모르기 때문에 확인 후 구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관왕 책을 다보고 바로 기출문제 풀이에 들어갔고, 1차 시험 1달 전까지 2~3회독을 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내용은 전공책이나 5관왕 책을 참고해 따로 해설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의 어느 부분에 관련 내용이 있는지 찾기 어려웠는데, 책을 찾아볼때마다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표시해놨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공부하기 수월했습니다.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 각 과목별로 사용한 전공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시험에 출제됐던 내용과 나올만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요약해 정리했습니다. 책을 한번 쭉 읽고 정리하면서 놓쳤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약본만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어서 찾는 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공부할 때 기출성적은 80~95점 정도 나왔습니다. 성적이 나름 잘 나온다고 생각해 전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정작 1차에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1차에서 떨어지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서 1달 넘게 놀다가 서울시 시험 준비를 위해 전공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1달 정도 다시 공부하고, 21년 국가직 2차 시험을 봤는데 엄청 어렵게 느껴져서 1차 붙었어도 결국 2차에서 떨어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점수가 70점 초중반대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21년도 국가직 시험을 보고 성적이 안좋게 나와 그 이후에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기출을 1바퀴밖에 못 돌렸고, 요약본과 전공책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서울시 시험 당일에 국가직보다 훨씬 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험을 봤고, 아쉽게 두 문제 차이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 재시 (22년도)
서울시 시험을 보고 12월 초까지는 놀았고, 5급 1차 시험 준비를 위해 12월 중순쯤부터 다시 PSAT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5급 1차를 보고 생각보다 점수가 나쁘지 않아 합격할만하다고 생각했고, 긴 고민 끝에 5급 1차에 합격하면 2차도 공부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5급 1차에 합격하게 되면 지금까지 본 시험에서 처음으로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5급 합격수기를 읽어보며 필요한 책이나 공부법들을 파악했고, 합격 결과가 나오자마자 전공서적을 구매했습니다. 5급 2차까지 4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과목당 1달밖에 공부할 수 없었고, 당연히 2차 시험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5급을 공부하며 전공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확연히 높아졌습니다. 5급 2차는 주관식이기 때문에 필요한 식이 있다면 그 식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서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공부하면서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5급 2차 직전에 21년 7급에서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제들만 다시 풀어봤는데, 아예 못 풀었던 문제들도 조금만 생각하니 풀리는 것을 보며 작년에 비해 실력이 크게 상승했음을 느꼈습니다.
7급 1차가 끝나고, 합격할만한 점수라고 생각해서 바로 2차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3달 정도 시간이 있었고, 기출 2회독, 타 시행처 기출, 전공책 및 요약본 1~2회독, PEET 일반화학 3개년을 풀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국가직 시험을 복기해보면, 화학개론에서 PEET스러운 문제가 꽤나 출제되었고, 유기화학도 까다롭게 나와 굉장히 어렵게 느껴져 많은 문제를 넘기면서 풀었습니다. 화공열역학은 예상한 범위에서 다 나와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두 문제 빼고 다 풀었고, 전달현상은 생소한 문제가 많아 많은 문제를 넘겼습니다. 마킹을 하면서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원래 반응공학에 25분을 남겨야하지만 전달현상까지 마킹하니 20분도 안되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다행히 반응공학이 쉽게 나와서 정말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었고, 어려워보이는 두 문제를 제외하고 마킹하니 시간이 1분도 안 남아서 그냥 두 문제 찍고 나왔습니다.
채점해보니 실수도 많았고, 반응공학 중 한 문제는 엄청 쉬운 문제였는데도 그냥 찍을 수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실수와 시간관리도 내 실력이라 생각하며 서울시 7급은 더 잘 보자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전공은 이미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해 기출과 단권화 노트 정도만 공부하고, 거의 대부분 국어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서울시 시험을 복기해보면, 화학개론은 국가직보다 훨씬 쉬워서 금방 문제를 풀었고, 화공열역학은 까다로운 문제가 몇 개 있었고, 전달현상은 수지식 세우는 문제가 많아서 어려웠습니다. 화공열역학과 전달현상에서 시간을 많이 사용했고, 이번에도 반응공학에서 시간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게다가 기상반응 문제가 많이 나오면서 계산이 복잡하게 나와 국가직보다 시간이 더 모자랐습니다. 채점해보니 운 좋게 찍은 문제를 많이 맞혀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필기점수 분포를 보니 서울시는 수석 또는 차석을 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래부터는 각 과목별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적어보려 합니다. 먼저 공부한 내용 또는 책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과목별 공부한 내용
- 공통 : 5관왕, 5/7/9급 화공직 기출, 타 시행처 기출(서울시, 연구사, 소방, 경찰 등등), 단권화 노트
- 화학개론 : 줌달 일반화학, 맥머리 유기화학, PEET 일반화학 최근 3개년, EBS 일반(유기)화학의 이해
- 화공열역학 : 스미스 화공열역학
- 전달현상 : 웰티 기초이동현상, 맥케이브 단위조작, 이동현상 경시대회
- 반응공학 : 포글러 반응공학, 레벤스필 반응공학
3. 화학개론 (국가직: 72점, 서울시 : 100점)
올해 시험을 보면 정말 폭넓게 공부해야 고득점을 할 수 있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일반화학, 유기화학 약간, 고분자 기본정도만 보면 됐는데 지금은 유기화학까지 폭넓게 알고 있어야해서 과목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일반화학은 줌달로만 공부했고, 리간드나 배위화합물쪽의 무기화학 개념들은 구글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그리고 EBS 일반화학의 이해 책을 통해 줌달에 없는 개념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유기화학은 초시 때 EBS 유기화학의 이해 책으로 공부했으나 5급 공부를 하며 맥머리 유기화학 책이 익숙해져서 재시 때는 맥머리 책으로만 공부했습니다. 초시 때는 줌달에 아주 약간 나와있는 고분자 내용만 공부했는데, 5급 공업화학을 공부하면서 고분자 전공책을 통해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줌달은 공부하면서 최소 5회독은 했던 것 같고, 줌달 예제 문제들을 보면 기출과 동일한 문제가 굉장히 많으니 어느 정도 개념이 익숙해지면 예제까지 꼭 풀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타 시행처 기출 중에 화학개론 관련 기출이 굉장히 많습니다. 타 시행처 기출은 공기출을 이용해 주로 찾았고 이 중 PEET 일반화학, 서울시, 연구사 정도는 꽤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최근 5급 공업화학 중 유기화학이 꼭 한 문제씩은 출제되고 있으므로 유기화학은 앞으로 7급에서 점차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출에 나온 유기화학 내용을 먼저 다루고, 전공책으로 부족한 부분까지 공부하시면 고득점을 노리실 수 있을겁니다.
화학개론을 공부하면서 저는 헷갈리는 개념 또는 처음 보는 개념이 나왔을 때 전공책이나 구글링을 통해 최대한 논리적 결함이 없을 때까지 공부했고, 이를 패드에 정리해 틈날 때마다 반복해서 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이런 단권화 작업이 꽤나 효율적이었고, 이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좋은 습관'이라는 블로그가 있는데 그분의 게시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4. 화공열역학 (국가직 : 92점, 서울시 : 75점)
화공열역학은 스미스 책으로만 공부했습니다. 설명이 잘 나와있어 독학하는데도 크게 무리가 없었고, 대부분의 기출문제를 이 책 한 권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으로만 공부하다보니 최소 7회독은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시험에 나올만한 부분들이 눈에 보이게 됩니다. 올해 그런 부분들이 많이 적중하면서 국가직에서 고득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기출은 결과식만 외우면 문제를 풀기 어렵게 출제되기 때문에 꼭 기본식부터 최종식까지 책의 내용을 따라가며 유도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책에 나온 예제 중 기출로 변형되어 나온 문제가 종종 있기 때문에 계산이 복잡하지 않은 예제문제들은 꼭 풀어보셔야 합니다.
5. 전달현상 (국가직 : 76점, 서울시 : 75점)
전달현상은 웰티책으로 수지식을 공부했고, 맥케이브 책은 웰티책의 부족한 개념을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최근 수지식 관련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기 때문에 꼭 기본적인 식부터 시작해 다양한 조건에 따라 식을 정리하는 연습을 해보셔야합니다. 저는 5급과 이동현상 경시대회 문제를 풀면서 위의 과정을 여러 번 하다보니 비슷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해 문제 조건만 보고 식이 바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수지식 관련 공부가 가장 어렵고, 저도 처음에는 미분식을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수지식을 공부하기보다 수지식을 제외한 부분을 먼저 공부하고,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웰티책의 열전달 분야를 보고 수지식 관련 개념을 익히면서 이동현상 경시대회에서 쉬워보이는 문제부터 푸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직관적인 열전달 분야가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에 열전달 공부를 먼저 추천드립니다.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결국 운동량, 열, 물질 전달이 동일하고 이를 상사성(analogy)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웰티책은 열전달과 물질전달에 대한 내용이 깔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전달현상은 화학개론보다 예측이 어려운 과목인 것 같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문제들이 많이 출제돼서 시험을 칠 때 많이 당황했습니다. 새로운 유형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별 거 아닌 문제들이 시험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득점을 노리기보다 최대한 방어적인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6. 반응공학 (국가직 : 92점, 서울시 : 80점)
전공과목 중 초기에 가장 점수 올리기 좋은 과목입니다. 다른 과목들과 달리 최종 단계의 몇 가지 식만 외우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유사 정상상태 가정(PSSH), 흡탈착반응, 촉매, RTD 같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합니다. 반응기, 반응차수 관련 내용들은 레벤스필 책으로, 나머지 내용은 포글러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고 계산이 복잡하지 않은 예제들은 다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문제 유형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어보며 본인만의 방법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목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문제에 주어진 상황별로 가장 간단한 식이 나올 수 있게 정리해서 반복했고, 이것이 짧은 시간 안에 국가직 문제를 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7. 마치며
오랜만에 공부했던 흔적들을 돌이켜보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기출을 다시 보는데 그때만큼 빠르진 않지만 드문드문 식들이 생각나는 것을 보며 나름 수험생활 때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어느 시간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아침은 찾아올 것이고 우리는 그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수기가 화공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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